'특선영화'를 안방극장에서 감상하는 것은 쉽지 않다. 무언가 특별한 날에만 공중파에서는 특선영화를 편성한다. 우리의 기억에 가장 강렬하게 남는 특선영화는 설날, 크리스마스, 그리고 추석 때 보던 특선영화일 것으로 보인다.
올해 추석에도 어김없이 추석 특선영화는 안방극장을 찾는다. 전 국민이 대부분 볼 수 있는 공중파 3사에서도 특선영화를 방송하기 때문에 특선영화는 많은 국민들에게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또 나아가서 영화를 소개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비록 매년 똑같은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는 하지만. 마치 크리스마스만 되면 '나홀로 집에'를 본 것 같은 기분처럼.
하지만, 올 추석 특선영화는 '뻔하고 뻔한' 예년과는 달리 꽤 알찬 영화들로 구성되어 있는듯 하다. 지금까지 '봤던 거 또 보고 우려먹은 것 또 우려낸다'고 생각했던 추석 특선영화에 대한 편견은 잠깐 내려놓자. 다양한 장르를, 안방에서 공짜로 이것저것 감상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5일 간 펼쳐지는 추석 특선영화의 화려한 라인업을 한 번 살펴보자.
첫날, 무난하게 순서대로 봅시다
추석 첫날에는 영화 선택의 고민은 잠시 접어둬도 좋다. 공중파에서 단 2편의 영화를 방송하며, 겹치지 않기 때문에 차례대로 감상하면 서너 시간을 너끈히 보낼 수 있을듯 하다.
추석 연휴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특선영화의 포문은 SBS가 연다. 오후 10시 5분 김성수 감독, 장혁, 수애, 박민하 주연의 '감기'가 상영된다. 치사율 100%의 바이러스의 유행으로 사람들이 격리되고, 그 속에서 일어나는 눈물겨운 사투를 그렸다. 가족간의 사랑이 영화 속에 녹아있어 추석 때 온가족이 함께 모여서 보기 좋다.
'감기'의 뒤를 잇는 것은 '레드 : 더 레전드'. 밤 12시 15분 MBC 방송. 화끈한 액션과 신나게 웃을 수 있는 코미디가 뒤섞여있어 연휴의 첫날 밤을 즐겁게 보내기에 제격이다. 특히, 이 영화는 해외에서 만들어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친숙한 얼굴이 등장한다. 바로 할리우드 스타 이병헌. 그는 '레드 : 더 레전드'에서 주연을 맡아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영화를 감상하면서 그의 모습을 한 번 찾아보자.
7일, 슬슬 고민되는 선택의 순간
7일부터는 본격적으로 공중파 3사가 추석 특선영화 경쟁에 뛰어든다. 3사 모두 비슷한 시간대에 영화를 편성하며 시청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각각 특색 있는 영화를 배치해 취향에 맞춰 골라보면 될 것으로 보인다.
SBS는 액션물을 내세웠다. 오후 11시 10분부터 한국 영화 '전설의 주먹'을 방송한다. 황정민, 유준상 주연의 이 영화는 한 때 전국 각지 학교의 '주먹 전설'이었던 파이터들이 다시 모여 승부를 가리는 TV 파이트 쇼 '전설의 주먹'의 여정을 그린다. 평범하게 살던 가장들이 다시 주먹을 쥐고 일어나는 과정이 흥미롭다. 물론, 이 영화를 아버지와 같이 보면 약간 허풍이 섞인 무용담 정도는 각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하자.
MBC는 평범한 가장이 아닌, 범지구적인 SF 대작을 선보인다. 밤 12시 15분부터 방송하는 '퍼시픽 림'이다. 외계 괴물 '카이주'와 맞서 싸우는 상대는 지구연합군인 '범태평양연합방어군'. 스케일부터 남다르다. 혹시 고향에 못가고 혼자서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면 잠시 '퍼시픽 림'과 함께 영혼을 육체에서 빼놓아도 좋다.
KBS는 모두가 함께 볼 수 있는 가슴 따뜻한 영화, '미스터 고'를 오후 11시 15분부터 방송한다. 제작비 300억원이 투입되어 CG와 3D 기술을 순수 국내산으로 만들었지만 132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는데 그쳐 아쉬움을 샀던 바 있다.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한 번 감상해보자. 그래도 132만 명이 본 영화다.
'대작 릴레이' 8~9일, 본격적인 추석 특선영화 대란!
연휴의 절정인 8일과 9일에는 각 방송사에서도 특선영화가 쏟아진다. 이틀 간 총 열두 편의 영화다. 동시간대에 편성되는 영화가 많기 때문에 선택은 필수다. 다양한 영화가 쏟아지는 만큼 명작들도 많다. 고민이 깊어지는 만큼 골라보는 재미 역시 쏠쏠할듯 하다.
지금까지 밤에 주로 특선영화를 상영했다면 이틀 간은 낮에도 특선영화가 등장한다. KBS에서는 '댄싱퀸(8일 오후 12시 30분)'과 애니메이션 '장화신은 고양이(9일 오전 11시 15분)'를 낮 시간대에 방송한다. 특히, 드림웍스의 야심작이자 아카데미상 수상작인 '장화신은 고양이'는 어린이들이 더욱 좋아할 것으로 보인다. 어른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으니 어린이를 둔 가족이라면 다함께 볼 만 하다.
올 한 해 바빠서 영화를 제대로 챙겨보지 못했다면, 추석 특선영화를 통해 명작들을 몰아서 감상하는 것도 좋다. '변호인(9일 오후 10시 10분 SBS)', '베를린(9일 밤 12시 50분 MBC)', '소원(8일 오후 10시 15분 KBS)' 등 한국 영화계를 뒤흔들었던 명작들이 공중파를 통해 다시 한 번 등장한다.
추석 연휴인 9월 6~9일 이외에도 대체 휴일로 지정된 10일 역시 추석 특선영화 세 편이 편성되어 있다. SBS는 그래비티(오후 10시 15분)과 타워(밤 12시 40분)을, MBC는 감시자들(11일 오전 1시 5분)을 마지막 추석 특선영화로 준비했다. 깊어가는 추석의 가을 밤. 영화와 함께 저렴하고 알찬 연휴를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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