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신병은 확보해서 다행이다.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의용군이 집결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얼마 전 유튜버 이근이 우크라이나로 합류한 가운데 이번에는 현역 해병대 병사가 우크라이나 국제의용군에 지원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로 향한 것.

지난 22일 군 관계자 등에 따르면 해병대 1사단 소속 20대 병사인 A씨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우크라이나로 무단 출국했다. 그는 항공편으로 폴란드 바르샤바에 도착한 이후 버스를 통해 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으로 향한 것으로 전해졌다. 복무 중인 군인이 휴가 때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서는 국외 여행 허가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A씨는 군무 이탈이었다.

A씨는 우크라이나의 검문소에 도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A씨는 검문소 측에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해 싸우러 왔다. 아무리 다른 나라 군인이라도 민간인이 죽어 나가는데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도와주러 왔다"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씨는 우크라이나군에 인계됐다고.

A씨가 우크라이나 의용군에 지원한 계기 중에는 병영 부조리도 원인이었다고 알려졌다. A씨는 해병대에 있으면서 '마음의 편지'를 썼다고. 하지만 가해자는 경위서 한 번 쓰고 끝나는 미미한 수준의 징계에 그쳤고 오히려 A씨가 선임을 '찔렀다'는 이유로 더 많이 혼나고 욕을 먹었다고.

결국 A씨는 이런 여러가지 상황이 겹쳐 우크라이나 의용군 지원을 선택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로 오게 된 것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부대에 남아 선임 병사들에게 혼날 것을 생각하니 싫더라"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할 바에 죽어도 의미 있는 죽음을 하자는 생각으로 왔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A씨의 행동은 국제적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국제 의용군은 민간인들이 참여하는 곳이다. 현역 군인이 의용군에 참가한다면 이는 오히려 한국군이 전쟁에 가담하는 꼴이 된다. 한 사람의 행동에 의해 우리나라가 전쟁의 포화에 휘말릴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는 것.

해병대는 A씨에 대해 "자진 귀국할 수 있도록 아버지와 지인 등을 통해 연락을 시도하고 있다. 신병확보를 위해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고 결국 A씨의 신병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현재 우크라이나 관계 당국이 해당 지역으로 이동해 신원을 확보해 귀국 조치할 예정. 군 당국은 정확한 출국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다.

현역 군인이 아니더라도 현재 우리나라 사람이 우크라이나를 가는 것은 금지돼 있다. 외교부는 지난 2월 13일부터 우크라이나 전 지역을 여행금지 국가로 지정했다. 여권법에 따라서 우크라이나에 갈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특히 A씨의 경우 군인 신분이기 때문에 정부 허가 없이 외국에서 전쟁을 하는 '사전죄'로 1년 이상의 유기금고에 처해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