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일찍 울린 종은 얼마를 보상 받게 될까?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일부 수험생들에게 국가가 배상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법 민사84단독 김홍도 판사는 수험생과 학부모 등 25명이 국가와 서울시, 방송 담당 교사 A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지난 2020년 12월 대학수학능력시험장에서 발생했다. 이날 서울특별시 강서구 덕원여고에서 일어난 일이다. 당시 방송 담당 교사 A씨는 시험시간에 맞춰 방송시간 설정을 하는 업무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A씨는 이 과정에서 마우스를 잘못 건드리는 바람에 시간 설정을 잘못하고 말았다.

결국 덕원여고에서는 수능 탐구영역 첫 번째 선택과목 시험 중 사고가 발생했다. 종료를 알리는 종이 규정된 시간에 비해 약 3분 일찍 울리는 사고가 일어난 것. 수험생들은 이를 모르고 시험을 마치고 답안지를 제출해야 했다. 다른 수험생들에 비해 약 3분 정도 손해를 보게된 것.

상황을 인지한 A씨는 방송을 통해 시험 종료종이 잘못 울렸다면서 시험시간을 연장하겠다고 공지했다. 각 교실에 있던 감독관은 걷어갔던 시험지를 다시 나눠준 다음 문제를 풀게 했다. 하지만 수험생들의 반발은 거셌다.

당시 덕원여고에서 시험을 본 수험생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혼란이 빚어져 문제를 풀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시험지를 걷어가고 다시 나눠주는 방식이 감독관마다 제각각이었기 때문에 시험장마다 달랐고 추가로 부여해준 시간도 제각각이었다는 주장도 함께 등장했다.

결국 이 사건은 소송으로 이어지게 됐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종료종이 일찍 울리는 바람에 피해를 봤다며 지난 2020년 12월 유은혜 교육부 장관과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등을 경찰에 고소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 2021년 6월에는 손해배상 소송까지 제기했다. 이 결과가 나온 것.

재판부는 판결 결과 수험생의 피해가 일부 있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기기 조작 미숙 및 부주의로 종을 빨리 울리게 한 방송 담당 교사 A씨의 과실로 인해 수험생들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것"이라면서 "공무원인 교사가 직무를 수행하면서 저지른 위법행위에 대해 국가가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원고 측은 손해배상 금액으로 1인당 800만원을 요구했지만 재판부는 이에 미치지 못하는 200만원의 위자료만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유에 대해 "사고로 인해 수험생들이 바라던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게 됐다고 볼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라고 밝혔다. 또한 학부모들에 대한 배상 책임은 직접적인 피해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재판부는 소송에 참여한 25명 중에 수험생인 9명에게 국가가 1인당 200만원씩 지급할 것을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방송 담당 교사인 A씨의 과실 정도가 '고의에 가까운 중과실'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고 서울시에 대한 청구도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