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 후 혈전 발생 사례가 3건 발생하면서 백신 접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예정했던 학교·돌봄인력에 대한 접종은 잠정 연기된 상태다. 방역당국이 올 11월 집단면역 목표를 세웠지만 수급 불안정과 혈전 불안감, AZ백신 접종 차질이 겹치면서 올해 집단면역 달성이 물건너갔다는 주장도 고개를 든다.
앞서 지난 7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코로나19 백신분야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어 특수교육·보육, 보건교사 및 어린이집 간호인력 8일 AZ백신 접종 시작을 연기하고, 진행중인 60세 미만 접종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접종 중단 사유는 해외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젊은 연령층에서 혈전증을 보이는 사례가 다수 발생했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 독일을 비롯한 유럽 각국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 받은 후 혈전 부작용으로 사망한 사례가 다수 보고됐다.
국내에서도 지난 7일 의료기관에서 종사하는 20대 여성의 추가 신고로 인해 혈전 발생 신고가 총 3건으로 늘었다.
첫 사례는 60대 사망자로 부검소견에서 침구정맥혈전증과 폐혈전색전증이 확인됐고, 두 번째 사례는 중증환자로 신고됐던 20대 남성으로 뇌정맥동 혈전증 진단을 받았고, 호전돼 퇴원했다. 세번째 사례인 20대 여성은 기저질환 여부를 조사 중이다.
추진단은 유럽의약품청(EMA) 논의 결과를 토대로 주말새 전문가 자문회의를 거쳐 오는 11일 접종 재개 여부를 발표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EMA는 7일(현지시간) AZ백신 관련 브리핑에서 AZ백신과 혈전 발생 연관성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백신의 이익이 부작용보다 커 접종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고려하면 우리 방역당국이 AZ백신 접종을 재개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는 못할 전망이다.
EMA의 발표에도 벨기에·스페인은 AZ백신 접종 대상을 각각 55세 이상, 60세 이상으로 제한했다. 이탈리아도 60세 이상에게만 접종을 권고했다. 영국은 30세 미만 접종자에게는 AZ백신이 아닌 다른 백신을 권고한다는 방침이다.
국내에서도 일부 연령을 제한한 형태로 접종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2분기에는 고령층 뿐 아니라 학교 및 돌봄인력, 만성질환자, 경찰·소방 등 필수인력 및 항공승무원 등이 접종이 예정돼 있다는 점이다. 연령을 제한하면 접종 차질은 불가피하게 된다.
김우중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AZ백신을 젊은 사람에게 접종할 수 있을까.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수량도 적은데 들어오는 속도도 늦어 엎친데 덮친 격"이라고 우려했다.
물론 전 연령에 대해 AZ백신 접종이 재개될 수 있다. 그러나 연령을 제한한 해외 사례로 인해 불안감은 좀처럼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당초 8일 AZ백신 접종이 예정됐던 학교 및 돌봄인력의 접종 동의율은 접종 대상자 7만3285명 중 5만733명으로 69.2%에 그쳤다. 유럽발 혈전 논란에 대한 우려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백신 공급이 불안정한 것도 집단 면역 형성에 부정적이다. 정부는 범정부 백신도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백신 수급에 노력을 하고 있지만, 모더나·얀센·노바백스 등 다른 백신 수급 일정은 여전히 유동적이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이 4차 유행에 돌입한 것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8일 0시 기준 국내 신규 확진자는 700명(지역발생 674명)으로 91일만에 최다 기록이다. 일각에서는 4차 유행은 앞선 유행들 보다 더 큰 규모로 길게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코로나19 대응에는 방역과 백신 접종 양쪽에 의료인력이 투입되어야 하는데, 방역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 커질수록 백신 접종의 역량도 떨어지게 된다.
김기남 예방접종관리반장은 AZ백신 접종 보류와 관련 "현재까지는 한시적으로 보류된 상황"이라며 "2분기 계획이나 11월 집단면역 목표에는 변함이 없고 차질이 없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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