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그리고 다시 두 사람은 충돌하기 시작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를 배제한다는 명령을 내렸다. 24일 저녁 추 장관은 직접 브리핑에 나서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 배제 조치를 국민께 보고드리지 않을 수 없게 됐다"라고 전했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직무를 배제하는 일은 전례가 없는 사상 초유의 일이다.

추 장관은 "그간 법무부는 검찰총장의 여러 비위 혐의에 관해 직접 감찰을 진행했고, 그 결과 심각하고 중대한 비위 혐의를 확인했다"라면서 6가지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윤 총장은 즉각 반발하며 추 장관이 주장한 것들을 반박했다. 지금부터 추 장관의 주장과 윤 총장의 반박을 정리해본다.

1. 언론사 사주와 부적절한 접촉을 했다

추 장관은 윤 총장잉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시절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과 부적절한 접촉을 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두 사람은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 분식회계혐의 사건 수사가 시작되기 전 만났다고. 추 장관 측은 수사 책임자인 윤 총장이 범 삼성가의 원로인 홍 회장을 만난 것이 부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대검 측은 이 만남 자체가 행동강령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특수관계인과의 만남이라 보기 어렵다는 것. 게다가 상급자인 문무일 검찰총장에 만난 사실을 사후 보고 했다고도 주장했다.

대검 측은 추가적으로 윤 총장과 홍 회장 만남 당시 주위에 많은 사람이 있었고 지인 전화를 받고 짧게 참석한 것이며 깊은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고 전했다. 당시 만남에서도 삼성 사건, 변희재 사건 등 국정농단 사안에 이야기를 나눴기 때문에 사건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2. 조국 사건 등 주요 재판에서 판사들에 대한 불법 사찰

추 장관은 윤 총장이 조국 전 장관의 사건 등 굵직굵직한 재판에서 수사정보정책관실을 동원해 판사들에 대해 불법 사찰을 벌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윤 총장이 주요 사건의 재판부 판사 출신과 성향을 뒷조사했다는 것.

그러자 대검 측은 당시 반부패부, 공안부가 공소유지를 돕는 차원에서 주요 사건 재판부의 판사 스타일과 그동안 어떤 사건을 담당했는지 등을 파악한 것이지 그 내용도 언론과 인터넷에 다 나온 수준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기본적인 사찰 행위는 특정 사람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해 숨겨진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지만 이것과 거리는 멀다고.

3. 채널A 및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 감찰방해 및 수사방해 등

추 장관 측은 윤 총장이 채널A 사건 감찰을 정당한 이유 없이 중단하게 했고 해당 정보를 성명불상자에게 유출해 감찰을 방해했으며 한명숙 전 총리 사건에 대해서는 대검 감찰부에서 감찰을 진행하려고 하자 사건을 대검 인권부를 거쳐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로 이첩하는 등 권한을 남용했다고 봤다.

그러자 대검 측은 채널A 사건은 감찰 사건 배당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감찰방해라 볼 수 없고 정보 유출은 당시 윤 총장이 수술하러 간 상황이라 업무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한 한명숙 전 총리 건은 징계시효가 경과된 상황에서 인권부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 정치적 중립에 관한 검찰총장으로서의 위엄과 신망 손상

추 장관 측은 윤 총장이 지속적으로 보수 진영의 대권후보로 거론되고 대권을 향한 정치행보를 하고 있다고 의심받아 왔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10월 대검 국정감사에서 퇴임 후 정치 참여를 선언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을 했고 정치적 중립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조치들을 취하지 않아 묵인 및 방조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검 측은 "논리적 비약"이라고 반발했다. 윤 총장은 단 한 번도 정치를 하겠다고 한 적이 없으며 퇴임 후 천천히 생각해보겠다는 발언을 가지고 정치적 중립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

뿐만 아니라 추 장관은 윤 총장에 대해 법무부 감찰 규정을 위반했다고도 주장했다. 지난 17일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서는 검사 2명을 동원해 윤 총장에게 대면 감찰을 위한 방문조사예정서를 전달했지만 윤 총장은 방문조사예정서 수령을 거부하는 등 비협조적으로 감찰에 대했다고 전했다.

일단 윤 총장의 입장문을 보면 검찰총장 사퇴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빠르게 직무집행정지 조치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할 예정이다. 만일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윤 총장은 정상적인 출근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대검 차장이 직무 대리를 할 예정이다.

법원의 판단과 무관하게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절차는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징계위원회가 열릴 예정이다. 윤 총장 역시 참석해 소명하겠다고 밝힌 상황. 이 징계에는 해임, 면직, 감봉, 정직 등이 있고 집행은 문재인 대통령이 결정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