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에 한갑씩 7년을 흡연하다 쓰러진 청년의 폐에는 정체불명의 액체 1리터가 가득 차 있었다.
지난 24일(현지 시간) 온라인 미디어 월드오브버즈는 담배를 피우다 24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농흉'으로 숨진 한 청년의 비보를 전했다.
말레이시아 크다 주 알로르 세타르(Alor Setar)에 사는 알리(Ali, 24)는 어려운 가정 형편 떄문에 17살 때부터 공사판에서 고된 노동을 해왔다.
6살에 아빠를 여의고 홀어머니와 막내 여동생을 돌봐야 했던 열일곱살 알리는 육체노동에 시달리는 일상의 고단함을 잠시라도 달래볼까 하는 마음에 일찍 담배를 배웠다.
그렇게 7년이 흘러 24살 청년이 된 알리는 최근 뙤약볕에서 동료 2명과 함께 트럭에서 공사 자재를 옮긴 후 쉬는 시간에 나무 밑 그늘에서 땀을 식히며 담배를 피웠다.
늘 그렇듯 평범한 일상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그날 저녁부터 온몸에 열이 펄펄 끓기 시작했다.
그러나 알리는 하루종일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일했기 때문에 앓는 몸살이라고 생각했다.
어려운 집안 형편에 병원에 가는 것도 부담스러웠던 알리는 며칠 견디다보면 낫겠지 싶어 아픈 것도 참고 공사판에 나갔다.
그렇게 2주가 지났는데도 열은 내릴 줄 몰랐다. 급기야 알리는 얼굴이 창백해지고 식욕마저 잃은 채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동안 힘든 것을 내색하지 않았던 아들이 아픈 기색을 보이자 보통 일이 아님을 알아챈 엄마는 알리를 현지 병원 응급실로 데려갔다.
검진 결과 알리의 체온은 37.5도 정도의 미열이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알리는 혈압이 낮은 데 비해 맥박이 매우 높았고 식은땀을 흘리며 의식을 잃어갔다.
이에 흉부 엑스레이를 촬영해본 의료진들은 알리의 왼쪽 폐에 이상한 액체가 가득 차 있는 것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의료진이 곧장 폐에 튜브를 꽂아 액체를 빼내니 끈적하고 노르스름한 '고름'이 1리터나 나왔다.
알리는 폐에서 고름을 완전히 제거한 후 항생제를 투약하며 치료를 이어갔지만 한달 간의 투병 생활 후 목숨을 잃고 말았다.
생전 그는 결핵이나 당뇨병, 고혈압 같은 병을 앓은 적이 없었고 건장한 신체의 24살 청년이었다. 다만 17살 때부터 3일에 한갑 정도 담배를 피워왔다.
치료를 담당한 의사 시아미룰라(Syamirulah)는 이 사연을 페이스북에 공개하며 "알리는 흉막강에 고름이 고이는 '농흉(Empyema)'을 앓았다"고 했다.
이어 "고름을 제거했지만 흡연으로 인해 약해진 폐에서는 이미 면역 체계가 망가졌고 세균이 순식간에 번져 돌이킬 수 없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최근 들어 담배로 인해 농흉을 앓다가 건강이 심각하게 상하거나 사망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 경각심을 주기 위해 알리의 사연을 공개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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