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한 40대 남성이 수억원 대 페라리 지붕에서 잠을 잤다가 740만원에 달하는 수리비를 물어주게 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법 강영호 판사는 42세 남성 A씨에게 페라리 컨버터블 수리비용의 70%인 740만원을 차주의 보험사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사건은 3년 반 전인 2014년 9월 3일 발생했다.

이날 회사원 A씨는 술자리를 끝내고 오전 3시경 경기도 모처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당도했다.

술에 취한 A씨는 집이라 착각한 나머지 이웃 B씨 소유의 페라리 컨버터블 차량의 소프트탑(부드러운 소재로 된 차량 천장)에 올라갔다.

이어 정말 집이라 착각했는지 옷까지 모두 탈의하고 B씨의 페라리 차량 위에서 잠에 들었다.

그로부터 2시간 가량 뒤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고 A씨는 재물손괴 혐의로 입건돼 같은 해 11월 검찰에 송치됐다.

페라리 차주 B씨는 당시 "차량이 고장났다"고 주장하며 소프트탑 등에 대한 수리비로 1억 2900만원 가량 든다는 견적서를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하지만 검찰은 A씨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수리업체에서 소프트탑에 이상이 발견됐다고 하지 않은 데다가 차량이 훼손됐더라도 A씨에게 고의성이 있다 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런 판결에 억울했던 B씨는 자신의 보험사를 상대로 보험금을 요구하는 소송을 진행했다. 

법원은 A씨가 차량에 올라타면서 소프트탑 좌우 균형이 뒤틀렸다고 감정했다.

즉 B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에 따라 보험사는 B씨에게 수리비용 1400여만원을 지급해야만 했다.

이후 보험사는 다시 A씨에게 지난해 8월 소송비가 포함된 1800여만원을 물어내라는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구상금이란 다른 사람을 대신해서 채무를 변제한 사람이 갖게 되는 상환 청구권이다.

구상금을 청구할 수 있는 구상권은 네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1. 주된 채무자나 다른 연대 채무자에게 구상권을 갖는 경우

2. 타인의 불법 행위로 발생한 손해배상 의무를 이행한 사람이 손해배상을 한 후 나중에 당사자에게 변제를 청구하는 경우

3. 연대채무자가 보증인의 채무를 변제한 경우

4. 실수나 착오로 인해 상대방의 채무를 변제한 자가 상대방에게 발생한 부당이득의 반환을 청구하는 경우

A씨는 잠깐의 수면이 차량 결함을 초래했을 리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A씨에게 74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결국 A씨는 2시간 가량 잠든 것에 대한 대가로 740만원을 지불하게 됐다.